■ 책 소개
문제는 소음이 아니라 너에게 있다!
층간 소음, 벽간 소음 등 각종 생활 소음이 사회 문제로 대두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누군가 그 소음을 참지 못해 폭력으로 대응했다는 뉴스는 이제 놀랄 만한 일도 아닌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슈슈 씨의 범인 찾기』는 소음으로 인한 피해와 갈등, 그것을 극복하며 서로를 배려하는 과정을 슈슈 씨의 시선으로 흥미롭게 그려 내고 있다.
음악가인 슈슈 씨는 작업실로 안성맞춤인 집으로 이사한다. 거미가 줄을 뽑듯 명곡을 술술 뽑아낼 생각에 콧노래와 어깨춤이 절로 나왔지만 뜻밖에도 첫날부터 온갖 종류의 소음이 그를 괴롭힌다. 참다못해 그가 생각해 낸 방법은 더 큰 소음으로 맞대응하는 것. 그럼에도 아무 효과를 보지 못하자 그는 전략을 바꿔 1:1 맞춤 복수전을 벌인다. 그 과정에서 슈슈 씨는 ‘나조고로피지마’ 등의 괴상한 내용의 쪽지를 받게 된다. 계속 도착하는 쪽지 때문에 화가 난 슈슈 씨는 쪽지를 쓴 범인을 찾기 위해 이웃을 감시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슈슈 씨는 우연히 시장에서 노래 소음으로 슈슈 씨를 괴롭히던 오른쪽 집 꼬마를 만나게 되고 그 아이를 통해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이후 슈슈 씨는 처음으로 지난날을 돌아보며 자신의 이기심을 반성하고 이웃의 고민을 해결해 줌으로써 소음의 원인을 스스로 제거해 나간다. 더불어 슈슈 씨는 멋진 곡을 완성했을 때와는 다른, 뿌듯함과 기쁨을 느끼게 되고 비로소 모든 갈등에서 벗어나 즐겁게 작곡에 몰두할 수 있게 된다.
이 책에서 작가는 이웃에 대한 관심과 소통으로 갈등을 해결하고 화합하는 모습을 통해 독자에게 새로운 형태의 문제 해결 방식을 제시한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따라가는 독자는 은연중에 먼저 내미는 ‘따뜻한 손’이 진정한 소통을 만들어 내고, 모두를 만족하게 하는 최선의 길을 찾아내는 나침반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우리 마음속 슈슈 씨를 찾아라!
이 작품 속 갈등의 해결을 위해 필요한 처방은 ‘소통’과 ‘공감’이다. 대문 여닫는 소리가 시끄러운 왼쪽 집 할머니, 수시로 고함을 질러 대는 뒷집 할아버지, 괴성에 가까운 노래를 부르는 오른쪽 집 꼬마 꽥꽥이처럼 저마다 다른 사정을 갖고 있는 이웃들과 소통하고 그들의 상황을 이해해야 그동안 쌓인 앙금이 자연스레 풀리고 배려의 자세를 가질 수 있기에.
『슈슈 씨의 범인 찾기』는 기존 동화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심각한 사회 현상을 이야기의 중심에 배치함으로써 신선함으로 다가오는 동시에 주목받을 만한 문제의식을 제시한다.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사회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범인을 추리하는 과정에서 독자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쪽지의 범인이 밝혀질 때까지 많은 단서를 퍼즐처럼 배치해 놓아 끝까지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여기에서 우리가 눈여겨 볼 것은 ‘슈슈 씨’의 행동 변화이다. 처음에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소음에 대응했지만 나중에는 이웃이 원하는 것을 몰래 선물하거나 ‘끼이익 끽’ 시끄러운 소리가 나는 대문을 고쳐 주는 등 ‘우렁이 각시’ 같은 모습의 슈슈 씨는 좀 엉뚱하지만 귀여운 모습으로 독자에게 친근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이 책을 읽는 독자는 꽥꽥이의 지적대로 문제의 시작은 자신이었음을 깨달으며 성장해 가는 슈슈 씨를 보며 자연스럽게 내면적 성찰의 중요성과 공동체 대인 관계 역량을 키워 가게 될 것이다. 모든 관계에는 똑같이, 혹은 더 세게 대응하기보다 자기를 돌아보고 상대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함을 슈슈 씨가 온 마음으로 보여 주고 있음을 금방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동화의 결말은 ‘파란색 쪽지’로 대체하여 열린 결말을 제시하고 있다. 독자에게는 책의 뒷이야기를 상상하여 나름대로 결말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여지가 생긴 셈이다. 이는 독자마다 ‘파란색 쪽지’를 쓴 사람을 상상하고 추리하는 과정을 통해 각자의 창의력을 마음껏 발휘하기를 바랐던 작가의 작은 배려라 하겠다.
■ 책 속에서
33쪽
슈슈 씨는 ‘노래’를 좋아했어요. 노래는 사람을 신나고 흥겹게 하거든요. 따뜻한 위로와 힘이 되기도 하고요. 지쳐 쓰러지고 싶을 때는 불끈, 다시 일어설 용기도 주지요. 모르는 사람끼리도 웃고 울며 하나 되게 하는 노래, 그 노래는 세상에서 제일 힘센 마법이었어요. 그래서 슈슈 씨는 노랫말을 쓰고 곡을 만드는 음악가가 되었지요.
58쪽
슈슈 씨의 눈이 반짝 빛났어요.
‘그래, 쭉 찢어진 저 눈 좀 봐. 딱 봐도 범인 상이야. 문 고치라고 그렇게 말해도 콧방귀도 안 뀌잖 아. 배려심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거지. 범인으로 딱이네. 같은 골목을 쓰니 쪽지 보내는 거야 일 도 아닐 테고.’
슈슈 씨는 골목 밖으로 사라지는 할머니를 노려봤어요.
할머니는 노래라도 흥얼거리는지 꼬불꼬불 파마머리를 까딱거립니다.
글 이경순
경남 함양의 산골 마을에서 태어나 자랐고, 지금은 서울 북한산 자락에 살고 있다.
대학에서 문예창작과 국문학을 전공했고, 1997년 첫 장편동화『찾아라, 고구려 고분 벽화』가 삼성문학상에 당선되면서 동화 작가가 되었다. 단편동화『이유 없는 서리』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문예지게재 우수작품,『노란 쪽지』와 『꽃주머니』가 한국아동문학인협회 우수작품상을 받았다. 제30회 한국아동문학상, 제6회 숭의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동안 쓴 책으로는『고구려 아이 가람뫼』,『파랑 머리 할머니』,『똘복이가 돌아왔다』,『사차원 엄마』,『호구와 천적』등 여러 권의 동화책과 청소년소설『낯선 동행』,『녹색 일기장』등이 있다.
그림 이수영
어릴 때 만화를 따라 그리거나 낙서를 끄적이며 화가가 되는 꿈을 꾸었다. 미술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고, 지금은 어린이 책에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일을 하고 있다. 쓰고 그린 책으로『텔레비전이 고장났어요!』가 있고, 그린 책으로『너는 나의 영웅』,『사차원 엄마』,『올림픽, 어디까지 아니?』,『나도 크리에이터!』,『꼴통과 불량 아저씨』,『구불구불 강이 흐르면』등이 있다.
1 노란 쪽지
2 지난 기억
3 꽥꽥이 꼬마
4 널븐 옥상 같이 좀 쓰면 어때!
5 감시 말고 관심!
6 그거, 아저씨 짓이죠?
7 이렇게 좋은 날에!
제목 | 작성자 | 날짜 | |
---|---|---|---|